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잠깐 내 이야기를 들어보겠나”: 퀘스트 집중 탐구

“잠깐 내 이야기를 들어보겠나”: 퀘스트 집중 탐구

용군단에는 플레이어에게 용의 섬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선보이는 여러 퀘스트가 존재합니다. 특히 “잠깐 내 이야기를 들어보겠나”는 독보적인 관심을 받았죠. 오늘은 이 퀘스트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많은 플레이어분이 반해버린 고요한 추억 회상의 순간으로 발전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아이디어의 씨앗: 베리티스트라즈를 소개합니다

NPC 베리티스트라즈의 이야기는 루비 생명의 제단에 관한 이야기를 해당 지역 안에서만 전하고, 동시에 일만 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용의 생각을 알려주고 싶다는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초기에는 플레이어가 루비 생명의 제단에서 자란 늙은 붉은용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는 구성이었습니다. 붉은용이 세월의 풍파로 잊고 싶지 않은 수많은 추억을 적은 기록을 플레이어에게 얘기해주는 방식이었죠. 이 버전에서는 퀘스트가 훨씬 가볍지만 결말은 비슷했습니다. 붉은용이 검은용 알 구역에 와서 타락하기 전의 옛 검은용 친구를 떠올리다 눈물을 흘리는 전개였지요.

 처음 의도는 “루비 생명의 제단을 설명하고 늙은 용의 관점에서 용군단이 겪은 여러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여러 부화장을 방문해 알지기와 대화를 하는 유사 퀘스트가 이미 있었다는 거죠. 결국 팀은 다른 아이디어로 퀘스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회한과 권태에 잠긴 늙은 붉은용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마주한다는 핵심 아이디어에 집중하기로 했죠.

 주제의 변주

그렇게 팀은 퀘스트에 변주를 주기 시작했고, 플레이어분들이 즐기는 지금의 형태를 갖춰 나갔습니다.

퀘스트에는 몇 가지 변화가 적용되었는데요.

  • 알렉스트라자와 대화할 때 알렉스트라자의 무리나 그 친척은 모두 죽었고 거기서 오는 상실감에 대한 초점, 알렉스트라자가 받은 영향 등
  • 퀘스트 NPC로 하여금 이성을 상실한 오랜 검은용 친구의 목숨을 거두어야 했던 일을 회상하게 하는 것
  • 다음 버전은 여러 퀘스트로 분리됐는데, 이때 루비 생명의 제단 둘러보기가 제거되고 앉아서 풍경을 감상하는 콘셉트가 적용됐습니다. 영구 매몰함 아이디어도 이때 나왔습니다.

이후 피드백과 토론을 바탕으로 대화가 추가적으로 수정됐습니다. 기존 대화는 대화라기보다는 NPC가 플레이어 캐릭터에게 바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였죠. 쉬어가는 구간이 3~4개 정도 있는데, 지금도 베리티스트라즈를 다시 찾아 이야기를 다시 듣기로 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토론에서 퀘스트 팀은 대화가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했고 어떤 부분을 나눠야 했습니다. 퀘스트 아이디어 자체가 전투를 피하고 루비 생명의 제단 내부에서 진행하는 것이었으므로, 베리티스트라즈와 좀 더 자주 대화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흐름이 더 괜찮았죠. 이후 중간에 플레이어를 폐허로 보내 아이템을 가져오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이미 비슷한 다른 퀘스트가 있어 기각됐습니다.

초기에 쓰인 대화는 염세적이고 씁쓸했습니다. 팀의 변주와 NPC 표현 방침에 맞춰 좀 더 슬픈 느낌으로 발전한 것이죠. 퀘스트가 개발되면서 팀은 모든 것에 질려버린 슬픈 성격의 NPC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게 좀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자기 경험 때문에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캐릭터를 표현한 겁니다.

이 이야기 전개의 또 다른 목적은 바로 플레이어가 베리티스트라즈를 “고쳐주는” 전개를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감정, 정신, 기분 장애는 그런 질환이 아니니까요. 대신 퀘스트 팀은 저울을 살짝 건드려 베리티스트라즈가 더욱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지 않고, 플레이어 캐릭터와의 대화가 위를 올려다보는 촉매가 되게끔 설계하였습니다.

 캐릭터를 스토리에 맞추기

더는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추억의 고향을 방문하거나, 좋은 추억이 가득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베리티스트라즈는 어떠한 의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라 배경 설정이 따로 잡혀 있지도 않고(아직은요), 지난 일만 년 동안의 행적이 정해져 있지도 않습니다. 베리티스트라즈의 존재는 오롯이 한 아이디어의 씨앗에서 출발해 루비 생명의 제단 끝자락에서 깨어나는 해안을 감상하는 아름다운 순간으로 개화한 겁니다.


이 게시글로 개발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됐기를 바랍니다. WoW에서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팀 협업 과정에서 탄생한답니다. 앞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아제로스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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