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개발자의 관점: 과학과 시각 효과 이야기

개발자의 관점: 과학과 시각 효과 이야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하스스톤 팀의 선임 이펙트 아티스트인 하디자 챔버래인입니다.

하스스톤 팀에서 하는 업무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시각 효과 작업입니다! 게임 디자인 관점에서 시각 효과(VFX)의 주된 역할은 플레이어에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시각 효과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이해하고 전후 상황을 더욱 확실하게 파악하도록 도와줍니다. 저희는 시각 효과로 하스스톤만의 분위기와 캐릭터를 강조하기도 하는데, 이런 효과를 넣으면 단검 곡예사의 칼이 정확한 위치에 떨어지기를 바랄 때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수도 있고, 팩을 여는 과정이 훨씬 흥미롭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엄청난 콤보에 성공하거나 최신 1인 모험을 완료했을 때와 같이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의 경우, 이 확장팩만을 위해 폭발적이고 과학적인 측면이 가득한 여러 가지 시각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만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직업 정체성 유지

하스스톤에서 한 가지 직업을 선택해 플레이할 때, 그 직업의 정체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업 정체성은 일반적으로 시각 효과와 그 직업의 캐릭터에만 적용되는 색상, 소재 및 형태 등을 통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제의 경우 마법 같지만 순수한 분위기가 느껴지죠. 하지만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 같은 확장팩의 경우, "여기에 슬라임도 가득 채우면 어떨까?"와 같은 의외의 반전을 심어보았습니다. 사제에게 원래 주어진 직업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제를 "슬라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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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직업(그리고 멀록이나 해적과 같은 종족)마다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아주 구체적인 색상이 몇 가지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제의 대가 제레크와 제레크의 복제품 전시관의 경우 대부분의 사제가 사용하는 온갖 찐득찐득한 복제 점액이 옅은 금색을 띠죠. 그리고 가능하면 가볍운 마법 같은 요소를 추가하여 '사제다운' 익숙한 느낌을 유지할려고 했지만, 이 작업에서 제가 약간 다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제레크의 성격을 핑계 삼아 마법을 추가해서 복제품 전시관이 슬라임 투성이라는 사실과 균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Slimy, yet satisfying...

사제에 슬라임을 적용하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었지만 드루이드부터 마법사까지 천문학적인 풍미를 더한 교차 효과야말로 진정한 도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모양과 색상 면에서 직업 간의 차이점에 많은 비중을 두고 서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택했죠. 드루이드의 우주 마법은 달에 비중을 많이 두었습니다(예를 들어 별똥별, 별빛섬광과 천공의 교감 같은 주문은 모양이 크고 차가운 달빛 색상이 공통점이죠). 반면 마법사의 우주 마법은 은하수나 성운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하고, 불가사의한 모양을 연상시키는 작고 반짝이는 별 모양을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수액 - 수상망측한 수액!

카드 효과를 디자인할 때는 항상 게임 플레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만, 그 외에 이전에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것을 선보일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저희 팀은 특정 카드에 대해서는 유사한 방법으로 접근할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의 이번 턴 동안" 효과의 경우(어둠의 은총, 쇄도 등) 전체 화면의 배경을 흐리게 하여 이 효과가 지속된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보기에도 멋있지만, "무거운" 느낌이 나기도 하거든요. 플룹의 수상망측한 수액의 경우 조금 더 가볍게 접근하여 플레이어가 콤보를 시전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효과에서 필요한 모든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중점을 두었죠.

게임의 큰 틀은 바꿀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카드 효과 디자인의 출발점을 영웅으로 하는 것이 논리적인 결론이었습니다. 위의 카드들은 영웅에게 지속적이고 눈에 띄는 효과(그리고 멋진 음향 효과 추가)를 적용하여 한 턴 내내 지속되지만 플레이어의 집중을 크게 분산시켜 신경 쓰지 않도록 설정하였습니다.

저희 팀에서 하는 일이 모두 과학적으로 정밀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 이런 효과를 위해 시각 효과의 밸런스를 맞출 때 정해진 공식은 따로 없습니다. 처음부터 어떤 효과를 가진 카드가 콤보에 활용되는지 인지하고, (예를 들면, 플룹의 수상망측한 수액에서 하수인의 죽음과 마나 수정의 회복과 같은 측면들) 카드에 얽힌 배경 사연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커뮤니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고려하여 효과 디자인의 지침으로 활용합니다.

일어나라, 메카툰!

하스스톤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효과 중에는 "성능이 탁월한" 카드(예를 들어 메카툰!)에 쓰이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발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종종 사용하는 "중요한 순간"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 첫째는 미궁왕 토그왜글이 덱을 바꿀 때나 유성이 하수인을 처치하는 경우, 또는 메카툰이 게임을 완전히 끝내 버리는 것처럼 엄청난 기계적 의미가 있는 카드에 적용됩니다.
  • 둘째는 기념할 만한 중요한 순간에 쓰입니다. 예를 들어 V-07-TR-0N의 조립에 성공했을 때, 포식자 아자리를 플레이해서 상대방 덱을 태워버릴 때 또는 메카툰 콤보을 아주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 등이 있습니다.
  • 셋째는 "너는 이번 턴에 별로 할 게 없을꺼야"라는 느낌의 효과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 필드를 완전히 끝내는 뒤틀린 황천, 하수인을 모두 처치하고 내 손의 카드를 모두 버리게 만드는 데스윙이나, 모든 것을 끝내 버리는 메카툰(메카툰은 아주 재능이 많은 친구죠) 등이 있습니다.

이런 성능이 탁월한 카드의 목표는 플레이어가 콤보를 이루어낸 순간 특별한 방식으로 기념하는 데 있습니다. 메카툰이 V-07-TR-0N 또는 데스윙과 같은 카드의 느낌과는 다르길 원했죠. 이 카드들을 사용해서 각각 다른 아름답고 특별한 기분을 느낄 자격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 주인공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이 카드들입니다! 말하자면 제가 이런 효과를 디자인할 때 거쳤던 사고 과정은 "어떻게 하면 이걸 멋있게 만들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카드의 효과를 근사하고 특별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가까워졌습니다.

상대를 처치하고 게임을 끝낼 때까지 게임에 퍼지는 거대하고 사악한 기계 메카툰을 디자인할 때도 이런 아이디어를 기본 토대로 삼았습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죠. 특히 게임에 등장할 때 적용되는 시각적 효과와 근사한 대조를 이루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로봇 합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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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에서 소개된 새로운 기계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합체입니다.

합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작은 조각을 많이 이어 붙여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적용되는 효과도 서로 다른 의미로 여러가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유효한 표적, 하수인을 합체할려면(또는 합체하지 않으려면) 어디로 내야 할지, 합체가 되는 시점은 언제가 되어야 하는지, 정확히 어떤 하수인에 붙는지 등 전달할 정보가 많았죠. 거기다가 합체라는 효과를 보여주면서도 이 효과가 너무 화려하게 보이지 않도록 해야 했습니다(너무 화려한 효과를 보여주면 합체 옵션이 항상 더 좋거나 "올바른" 옵션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모든 것의 균형을 맞추고 플레이어에게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처음 만든 유저 인터페이스 모형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특수효과 보다 훨씬 간단한 형태였습니다. 빔도 없었고, 대신 불꽃 몇 개만 써서 붙일 부분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사용했죠. 그러고 보니 이보다 훨씬 크고 단순한 모형이 필요하겠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화살표 같은 사소한 유저 인터페이스 요소를 점진적으로 모두 없애고 대신 좀 더 직접적이고 "마법으로 연결되는것 같은" 디자인을 택해 처음에는 집중적으로 한 부위에 불꽃을 몰았다가 결국에는 빔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과정은 협업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유저 인터페이스 팀과 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끊임없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테스트를 할 때마다 상당한 변동 사항이 생겼습니다. 아마 디자인 팀 직원들은 다시는 제가 보낸 피드백 요청을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망치 춤

게임 개발 작업을 하다 보면 다른 팀에서 예기치 못한 변경을 적용하는 바람에 이쪽에서 세워놓은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자동충돌망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충돌망치는 원래 아무 효과가 없는 카드였습니다. 애초에 이 카드의 이야기 자체가 영웅이 하수인을 공격하고, 그 하수인이 또 다른 하수인을 들이받아 일종의 핀볼처럼 작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자들이 이 방식을 바꿔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온갖 '불상사'들로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죠.

원래 가능하면 이런 '일'은 피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즉 원래 계획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동충돌망치를 다시 시각화해야 했다는 뜻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동충돌망치는 거대한 망치를 써서 하수인끼리 서로 돌격하게 만든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는데,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직설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자동충돌망치를 우리 팀의 작업으로 가져와 보니 애니메이션 면에서도 꽤 바보 같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던 것입니다. 어떤 것도 본격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 정해진 요소들을 사용해 동기화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간단한 작업인 것 같지만, 모든 것이 플레이어의 행동에 즉시 반응하는 재미있는 요소로 느껴지게 하는 일은 수많은 난관으로 가득한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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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시각 효과는 대부분 클라이언트 쪽을 우선으로 합니다.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효과이고, 실제로 발생하는 공격이나 치유에 숫자를 전송할 수만 있으면 서버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바로 시각 효과죠. 반면 자동충돌망치는 시각적인 효과만을 위해 정보를 서버 쪽과 클라이언트 쪽에서 반반씩 가져와야 했습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이 자동충돌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이 가엾은 작은 망치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되는 동안 클라이언트와 서버 양쪽에 바쁘게 정보를 전송해 플레이어가 의도한 대로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죠.

이렇게 희한한 효과는 사실 거의 모든 게임에서 찾을 수 있고(아잘리나와 다가오는 벽, 이 대표적인 예이죠), 사실 이 카드들을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은 항상 정말 재미있습니다.

끝없는 군대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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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는 효과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무대로 아주 즐거운 확장팩이었지만, 사실 저는 칸고르의 끝없는 군대를 제작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입자가 핵심적으로 보조 역할을 하는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온갖 사소한 부분이 다 중요하고 2차 액션이 살아있는 세 가지 색다른 방식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작업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늘 그렇듯 오디오 팀 덕분에 전체 작품이 한층 멋지게 완성됐죠.

위에서 직업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지만, 전설 하수인의 경우 캐릭터 지향적이고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은 편입니다. 그래서 직업 전설 카드는 카드의 아트 디자인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정도까지 직업 특유의 특징을 섞기도 합니다(물론 중립 카드인 경우에는 이 모든 원칙이 무효가 되면서, 결국 위즈뱅이 나오죠).

그런 면에서 전설 주문은 일종의 흥미 있는 중립 지역 같습니다. 전설 주문은 전설 하수인이 등장할 때처럼 전적으로 카드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면 전설과 똑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폭심만만 확장팩과 어울리는 기계 중심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디자가 애니메이션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들을 잔뜩 풀어놓은 이 글을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마음에 드는 카드가 있다면 덧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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