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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볼트와 지하 미궁 - 교활한 마린 이야기 3부

코볼트와 지하 미궁 - 교활한 마린 이야기 3부

음유시인이 악기의 현을 뜯자 그가 연주하는 음률이 으스스한 전조를 자아냈습니다. 드디어 이야기꾼의 휴식이 끝난 듯 보이자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선술집 손님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음악은 주변 공기를 가득 채웠고, 모두 넋을 잃은 채로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자, 전에도 말했지만, 깊이가 모호한 균열 때문에 강물이 얼마나 깊은 지는 알 수 없었다고 했죠. 물론 상당히 먼 거리를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마린은 차디찬 격류 속에 빠져 이리저리 물살에 휩쓸렸고, 뼛속까지 흠뻑 젖고 말았죠. 강물이 엄청난 속도를 내며 수많은 통로와 공간을 지나 흘러가는 동안, 마린은 가까스로 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강의 하류 지하 미궁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물살이 힘을 다하자 속도가 느려지고 깊이가 얕아져 우리 주인공은 가까스로 몸을 강기슭으로 끌어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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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은 급류에 휩쓸려 하류까지 오게 되어 꽤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잠시 쉬면서 들이켠 물을 기침으로 뱉어내고 숨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마린은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 (그는 자존심도 상했고, 여기저기 멍도 들었습니다.) 가늠해 보았습니다.

HS12-173_InBlog_EK_300x383.png강물이 마린을 데려다 놓은 곳은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은은히 빛을 발하는 거대한 버섯이 군데군데 피어난 동굴의 기슭이었습니다. 공기 중에 온통 풍성하면서도 약간 톡 쏘는 버섯 향이 가득했죠. 마린은 이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희한한 특성을 보이는, 빛을 발하는 버섯이 모여 자라는 곳을 지하 미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요. 하지만 이제껏 직접 그런 곳을 탐험해볼 기회는 별로 없었죠. 그런 곳에는 곰팡이 군주 익슬리드가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마린이 생각하기에 그만하면 그런 곳을 피할 만한 충분한 이유로 보였습니다.

버섯 하나가 거꾸로 뒤집힌 채로 마린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버섯의 생김새는 사실 좀 귀여웠지만, 마린이 지금까지 무사했던 것은 겉모습 따위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덕분이었습니다. 마린은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버섯을 쫓아내려 손짓을 해보았습니다.

HS12-111_InBlog_EK_300x383.png"나를 괴롭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아? 버섯들만 아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든가? 저쪽에서?" 마린은 달래는 듯한 어투로 말하며 이 땅딸막한 생물체를 단념시키려 노력했습니다.

마린이 말을 걸자 버섯은 기묘한 모양으로 머리를 기울이며 마린 쪽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잠깐 그대로 멈춰 있더니, 갑자기 귀청이 떨어질 듯하고 두개골까지 꿰뚫는 듯한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마린은 비틀대며 버섯에게 떨어져 몸을 움츠리고 양쪽 귀를 부여잡았습니다.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켰으니 반갑지 않은 이들의 주목이 쏠릴 게 뻔했죠! 귀를 틀어막으며 가까운 터널로 피신하는 마린의 등 뒤로 날카로운 비명이 메아리치며 따라왔습니다.

마침내 소음이 가라앉고, 반가운 침묵이 흐르며 잠시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린은 어쩌면 아까의 비명이 지나가는 이들의 이목을 끌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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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서라, 풋내기 터널꾼!" 마린의 뒤쪽 어디선가 터널 속에서 누가 외쳤습니다.

그가 틀렸던 거죠.

마린은 지하 미궁에 들어올 때마다 깜짝 놀랄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은 가끔 전혀 무방비 상태인 그를 기습하곤 하는군요. 코볼트 한 명이 통로를 따라 마린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습니다. 단검을 차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선장님처럼 위엄 있게 차려입고 있었습니다. 코볼트의 한쪽 손에는 손 대신 일반적인 갈고리가 아니라 채굴용 곡괭이가 달려 있었습니다. 선장 모자에는 불을 붙인 양초가 얹혀 있었고, 구레나룻과 턱수염에 엮어놓은 여러 개의 양초도 심지가 밝게 불타고 있었습니다.

마린은 희한한 옷차림의 이방인이 다가오자 몸을 낮춰 전투 자세를 취했습니다. 코볼트는 쥐처럼 생긴 얼굴에 기쁜 기색을 띄우며 마린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단검을 칼집에 넣었습니다. "이런 세상에나 맙소사! 동료 해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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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은 도무지 모를 노릇이었지만, 낯선 사람들은 그를 보면 항상 해적으로 오인하곤 했습니다. 마린은 평생 카누보다 큰 배에는 타본 적도 없는데 말이죠. 어쨌든, 이 자의 비위를 맞춰주면 유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코볼트는 주변 지리를 잘 알 테고, 강물에 빠뜨린 유용한 도구를 몇 개 훔쳐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맞습니다. 어, 그렇다네. 난 분명 해적일세. 우현으로! 요호호, 갑판으로, 럼주도 마시고, 뭐 그러자고."

해적 코볼트는 마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기라도 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잇새로 틈새가 벌어진 치열을 드러내며 씩 웃었습니다. "나는 촛불수염 선장일세. 승선을 환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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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수염이 곡괭이를 단 손으로 크게 손짓하자 그의 뒤로 기이한 옷차림의 오합지졸 코볼트 무리가 따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중 누구도 해적처럼 보이는 자는 없었지만, 촛불수염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습니다.

"배로 돌아가, 요 말썽꾼들아! 우현 쪽에 보라색 벌레 터널이 있으니 조심하고!"

"해적" 패거리는 버섯 숲을 지나 수많은 통로,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터널을 통과하여 목재로 떠받친 수직 갱도로 들어섰습니다. 가는 내내 촛불수염은 마린에게 말도 안 되는 항해 용어를 신이 나서 떠벌렸죠. 촛불수염은 마린보다도 실제 해적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마린은 애초에 어쩌다가 이 코볼트가 해적 캐릭터를 택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해답은 곧 알게 될 터였죠..

HS12-128_InBlog_EK_300x383.png일행은 채굴을 마친 동굴로 들어섰습니다. 벽면에 텅 빈 갱도가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이 공간 안을 엄청난 크기의 버려진 해적선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동굴 벽면에 비스듬히 기댄 모습이었죠. 난간과 돛대마다 촛불이 무더기로 놓여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선장실 창을 통해 안에 밝힌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유령선처럼 누더기가 된 돛과 좀먹은 검은색 깃발(놀랄 것도 없이, 촛불 아래로 교차한 뼈 모양이 그려져 있었습니다)이 수직 갱도 한 군데에서 끊임없이 불어오는 웃풍에 살짝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마린은 대체 어쩌다 이 배가 바다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지하 깊은 곳에 묻히게 되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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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수염이 마린을 선장실로 안내했습니다. 이전의 화려했을 모습은 거의 간데없이 사라졌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사방에 촛불이 가득했습니다. 마린은 곧바로 벽면에 걸린 지도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한가운데에 커다란 용이 그려져 있는 지도였는데, 마린은 그런 지도를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죠. 바로 지하 미궁에 서식하는 용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성미가 고약한 용으로 손꼽히는 고대의 부스트라즈의 은신처로 가는 길을 표시한 지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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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수염은 지도 한가운데 그려진 용 그림에 단검을 들이밀었습니다.

"아주 적당한 때를 맞춰 승선했구먼!" 이렇게 말하는 촛불수염의 눈빛에 광기가 서렸습니다. "우린 곧 용이 숨겨놓은 보물을 약탈하러 갈 참이거든!"

".... 마침 미끼가 필요했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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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불쌍한 마린, 그 친구는 가마솥에서 탈출했다 싶으면 불 속에 뛰어들더라고요." 음유시인이 한탄했습니다. "고대의 부스트라즈라니, 진짜 불꽃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죠. 하지만 여러분은 아무 걱정 마세요. 오래지 않아 마린의 임무가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알게 되실 테니까요!" 손님들은 신이 나서 술잔을 탁자에 두들기고 마룻바닥을 발로 구르며 환호했습니다.

음유시인은 팁을 담는 가마솥 안을 들여다보더니 약간 상심한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빨리는 안 되겠네요. 한잔하고 계속하죠!"

완결판인 제4부를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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