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즈컨

오프닝 주 - 3일 차: HGC의 새로운 역사와 WCS의 명경기

오프닝 주 - 3일 차: HGC의 새로운 역사와 WCS의 명경기

WCS 글로벌 파이널 오프닝 주의 둘째 날이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16명의 선수가 최종 8강전에 진출할 명단으로 서서히 좁혀지고 있습니다. 크게 놀랄 만한 순간은 없었지만, 이날도 스타크래프트 II 명장면은 탄생했습니다.

오프닝 주가 시작되며 ‘INnoVation’ 이신형은 순조로운 경기를 펼쳐 블리즈컨에서 개최되는 준준결승에 쉽게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TRUE’ 방태수를 상대로 치른 첫 경기 결과를 보면 블리즈컨 진출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TRUE는 올해 대부분의 주요 WCS 서킷 이벤트에서 준결승에 꾸준히 모습을 보인 선수로서 올해 최대의 토너먼트인 이번 파이널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여겨져 왔습니다. 다만 INnoVation도 만만치 않은 선수입니다. Dan ‘Artosis’ Stemkoski의 말을 빌리면 "그 친구는 머지않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스타크래프트 II 선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었던 터라 두 사람의 첫 경기에서 TRUE가 INnoVation을 완전히 제압하며 완승을 하자 모두가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INnoVation이 절치부심하여 2번째 경기는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두 사람의 3차전이야말로 이날의 가장 짜릿한 명승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0:35:15). INnoVation은 우승 전력이 8차례나 되는 데 비해 TRUE의 챔피언십 타이틀은 하나뿐이지만, 두 사람은 30분 동안 비등한 경기를 펼치며 교전에 교전을 거듭하면서 공세를 주고받았습니다. INnoVation이 공격하기 좋은 위치를 찾아낼 때마다 TRUE가 살모사를 사용해 공성 전차와 해방선을 홀랑 납치해 자신의 저그 병력에 투입하는 형세였습니다. 별명이 머신일 정도로 메커니즘과 마이크로 매지니먼트의 달인인 INnoVation이 TRUE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조금 더 나은 자원 상황을 가진 INnoVation은 구사일생으로 게임을 장악하고 TRUE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TRUE는 결국 Joona ‘Serral’ Sotala와의 맞대결에서 패하고 토너먼트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세계 최강으로 정평이 난 선수를 상대로 비등한 플레이를 펼친 이날의 경기는 2017년 오프닝 주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HGC 파이널 3일째에는 볼만한 대표 경기가 가득했습니다. 블리자드 아레나는 올해 죽음의 조로 꼽힌 C조 경기로 열기가 후끈했죠. 이날 Roll20 Esports는 길이 남을 명경기들의 주역이었지만, 유럽 최강의 팀을 꺾을 방안은 결국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Roll20 Esports는 이날 아침 RED Canids에 전장을 하나 잃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중남미 출신 팀이 북미, 중국, 한국 또는 유럽 팀으로부터 전장을 쟁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Roll20는 경기 판세를 자기 팀에 유리한 쪽으로 돌려 다음 무대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의 다음 결전 상대는 한국의 Tempest와 만나 팽팽한 접전 끝에 2 대 1로 승리를 거두어 승자조 시합에 진출하게 된 Team Dignitas입니다.

Team Dignitas는 레오릭과 아바투르를 기용한, 비교적 평이한 구성으로 Roll20를 1차전에서 완전히 부숴버렸습니다. 2차전에서는 Roll20가 모랄레스 중위와 해머 상사를 내세운 흥미로운 구성을 선보였습니다. 이 뻔한 영웅 구성으로 밀어붙이던 추진력은 Team Dignitas가 마지막 순간에 방어력이 높은 가로쉬를 뽑으며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Team Dignitas는 블리즈컨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거머쥐었죠.

Roll20는 전열을 정비한 다음 RED Canids를 비교적 쉽게 꺾고 올라온 Tempest를 맞아 최종 결정전을 치를 대비해야 합니다.

Roll20는 핵탄두 격전지에서 펼쳐진 1차전부터 다시 한번 모랄레스 중위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자리야로 안전 대책을 세워 놓은 상태였죠. 두 영웅이 힘을 모아 초반에 우두머리를 여럿 확보하는 데 성공해 Roll20가 1 대 0으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전장에서는 Roll20가 Tempest의 강점, 특히 ‘H82’ 김정우 선수의 주력 영웅인 아르타니스를 맞아 속절없이 놀아나고 말았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Tempest의 강력한 공세에 거의 평정을 잃다시피 한 Roll20는 운 좋게 연이어 상대를 처치하며 후반부에는 대부분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방어할 핵 하나도 없이 패배한 팀은 Tempest였습니다.

Roll20는 이로써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블리즈컨 2015 조별 예선에서 Cloud9이 Team DK를 꺾은 이래 전 시리즈 내내 북미 팀이 한국 팀에 승리한 것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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