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자의 작업장: 안퀴라즈 전쟁 지원 재현 프로젝트

Blizzard Entertainment

이달 초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에서 가장 기대를 모은 이벤트 중 하나인 안퀴라즈 전쟁 지원이 공개되었습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 양쪽 진영을 모두 포함한 클래식 전 서버가 하나로 힘을 모아 닫힌 성문을 열고 안퀴라즈 공격대를 해금할 자원을 총동원하는 대규모 이벤트였죠. 흐르는 모래의 전쟁이 처음 (유일하게) 발발한 것이 2006년의 일로, 각 서버에서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날개를 퍼덕이거나 발굽을 따각이며 실리더스로 몰려와 대혼란에 직접 가세하거나 그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개발팀에서는 그런 결과를 감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고, 솔직히 말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서버에는 금세 과부하가 걸렸고, 수많은 플레이어가 12시간 가량을 로그인되었다가 연결이 끊겨 다시 온라인으로 접속하려는 루프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블리자드 엔지니어 팀에서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고 플레이어를 간신히 다시 연결하느라 악전고투해야 했습니다. 결국, 이벤트 기간 내에 서버 안정화에 성공했고, 유익한 교훈도 많이 얻었지만, 무엇보다 앞으로 더 잘 해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WoW 클래식을 통해 WoW 역사상 가장 창대한 순간을 재현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2006년에 이 이벤트를 처음 선보일 때보다 실리더스에 두 배나 많은 인원을 호스팅하기 위해 전투 지연과 서버 다운될 가능성을 없앨 서버 최적화에 주력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큰 기대를 모았던 이 이벤트를 재현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쳤는지 차근차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WoW 클래식 게임플레이 경험특징은 그대로 보전하면서 동시에 자동 플레이어와 스트레스 테스트를 활용해 중단점을 파악하여 최적화 솔루션을 직접 구성한 과정이나 하드웨어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내에 적용할 솔루션을 고안한 과정, 서버 다운 건수를 최소한으로 국한하면서 전 세계적인 이벤트를 무사히 치러내기까지 그간의 여정을 공유합니다.

흐르는 모래의 전쟁 2차전 재현

이 이벤트를 제작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처음 고민할 때는 크게 세 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 세 가지는 연쇄적인 서버 다운을 예방하고, 구역별 예상 플레이어 수용 한도를 늘리며 플레이어를 실리더스 외부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이행해야 하는 허용 가능한 지연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버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기에 앞서, 어떤 제약이 있었는지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WoW 클래식의 코드 베이스에 내재된 본질적인 한계, 수용 인원 관리 솔루션의 작동 원리, 그리고 이런 솔루션이 게임플레이에 미치는 영향 등이 개발팀의 작업을 제한하는 주된 요소였습니다.

아누비사스의 아제로스 침공

경계를 넘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최신 버전은 15년 전에 출시된 오리지널의 코드 베이스를 토대로 구축했습니다. 게임이 처음 출시된 이래 격전의 아제로스 내에서 전보다 훨씬 늘어난 플레이어 인원을 감당하기 위해 좀 더 현대적인 방법을 개발해왔는데, 그중 샤딩(sharding)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샤딩으로 저희는 2006년 WoW 서버에 수용할 수 있었던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의 플레이어를 게임 내에서 호스팅할 수 있게 됩니다. 격전의 아제로스에서는 서버에 가해지는 플레이어 부담을 덜기 위해 플레이어 수가 특정 임계 값에 도달하면 해당 구역(예: 줄다자르)의 사본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사본을 만들어 플레이어를 한 지역의 여러 버전으로 분산 시켜,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조종하고 주문을 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서버에 전송하는 패킷의 양이 무척 많은 가장 CPU 집약적인 플레이어 상호작용과 같은 작업의 지연 문제도 무효화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샤딩은 플레이어 인원수가 임계 값을 초과하는 새 구역으로 전환할 때 지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덜어줍니다. 참 간단한 일인 것처럼 들리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WoW 클래식은 오리지널 1.12 버전의 게임 데이터를 충실히 재현하도록 고안한 버전으로 오리지널 게임플레이만의 특징도 고스란히 보전되어 있습니다. 드문 경우지만 샤딩을 하면 새 구역으로 옮겨가는 단계에서 상대편 플레이어나 NPC와 같은 사냥감(대상)이 사라져버리는 곤란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즉, 샤딩 방식을 고수하면 구역 경계를 넘어 플레이어와 NPC를 좇는 옛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플레이 순간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오리지널 게임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서버에 수용 가능한 플레이어 인원은 늘리고, 동시에 플레이어가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지연에 시달리지 않게 할 좋은 해결책을 생각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지역 전체(예: 동부 왕국)의 사본을 만들어 여러 개의 계층을 통해 플레이어 인원을 관리하고 지연 문제를 방지하면서, 동시에 오리지널 특유의 매력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플레이어가 다시금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야외 우두머리를 처치하고, 한 지역 내에서 다른 분할 구역으로 재할당될 위험 없이 경계를 자유롭게 넘으며 적진 플레이어를 추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층은 영구적인 해법으로 고안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리지널 1.12 버전에서는 샤딩이나 계층 같은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플레이어 여러분에게 WoW 클래식 출시 시점에만 계층을 사용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단계적으로 골고루 분산시키기로 약속했습니다. 활성 플레이어 인원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서 여전히 계층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도 몇몇 있지만(예: 북미 Faerlina 서버), 게임이 출시된 이후 이들 서버에서 활용 중인 계층의 수를 줄였습니다. 15년간의 역사에서 안퀴라즈 전쟁은 단연 WoW 클래식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이벤트 중 하나로 게임 출시 시점에 시작 구역 밖에서 한 구역에 몰리는 플레이어 수도 역대 최대 인원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만한 부담을 분산할 만한 계층이 없는 상황입니다. 계층이나 샤딩으로 인원을 관리하는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창의력을 발휘해 재빨리 행동해야 했습니다.

징 앞으로 모인 플레이어들

잊지 못할 경험을 위한 작업

계층이나 샤딩을 사용하지 않은 인원수 관리 방안을 찾는 과정은 먼저 헤드리스 클라이언트(HC), 즉 자동 플레이어를 생성하여 실제 플레이어가 할만한 행동을 흉내 내도록 지시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주문을 시전하고 NPC와 싸우거나 주어진 영역을 돌아다니는 등 여러 가지 행동을 시켰습니다. 이렇게 해서 주어진 한 지역 내에서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면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에는 자원자를 모집하여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실제 플레이어의 행동을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특정 중단점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저희 서버의 코드 중 플레이어 수가 늘어나면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이 어디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서버 프레임 시간을 매우 면밀히 분석하여 서버가 응답을 중단(교착상태라고도 함)하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서버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여 이 엄청난 규모의 작업을 이해하기 쉬운 여러 개의 목표로 나누는 과정에 돌입했습니다. 그 결과 다각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이 문제는 새 하드웨어라고 훨씬 나은 성능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더 빠른 하드웨어 하나를 투입해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데이터의 종류와 전달 빈도를 의도적으로 선택해 최적화를 손수 조정하는 방안을 택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어떤 난관인지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플레이어 20명이 원 안에 뛰어든다고 하겠습니다. 서버는 패킷(데이터 전송물)으로 각 플레이어의 행동을 다른 19명에게 전달합니다. 이 20명 단위의 집단에서, 서버는 총 380개의 패킷을 처리하게 됩니다(총 플레이어 수 20명 * 수신자 19명 = 패킷 380개). 그런데 해당 구역에서 같은 행동을 하는 플레이어가 늘어나면 이 문제가 한층 복잡해집니다. 이 예시에 쓰인 플레이어 수를 500명으로 늘리면 서버에서 전송하는 패킷 수가 249,500개가 됩니다. 플레이어 수를 또 늘려 1,500명이 되면 서버로 전송되는 패킷 수는 2,248,500개가 됩니다. 플레이어 행동에 따라 초당 전송되는 패킷 수가 여러 개일 수도 있습니다. 위의 예시에서는 한 가지 행동만 고려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서버로 전송되는 패킷 수가 많을수록 서버가 플레이어 한 명에 들이는 처리 시간이 늘어나고, 그다음으로 다른 모든 플레이어 행동을 처리할 때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 문제가 점점 악화되면서 서버가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커집니다. WoW 클래식의 경우 2006년 당시 서버당 플레이어 수와 비교해 플레이어 수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문 앞에 운집하는 플레이어 수가 전례 없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버 성능 최적화

저희 서버는 교착상태에 빠지면 다운되었다가 다시 시작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저희는 처리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몇몇 테스트를 거친 뒤, 동작이야말로 서버에 과중한 부담을 가하는 처리 능력 중 하나라는 사실이 명백해졌습니다. 우선 방향 표시 업데이트(캐릭터 모델이 바라보는 방향을 표시하는 것)를 비활성화하면서 플레이어가 움직임을 시작, 정지하거나 키보드 동작을 사용할 때만 플레이어 업데이트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시험해보았습니다. 과도하게 많은 플레이어 수로 네트워크 지연 시간은 이미 심각해진 상태로 사소한 방향 표시 업데이트를 보내는 데 CPU 시간을 들이면 정밀도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따라서 전송을 중지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즉 동작 업데이트를 전송하는 빈도를 떨어뜨려 제한함으로써 대신 한 지역에서 수용 가능한 플레이어 수를 더 많이 확보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유념할 점은, 저희는 이렇게 해서 서버가 다운되는 중단점을 확인하면서도 실리더스에 수용 가능한 플레이어 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동작 업데이트를 몇 개 놓치는 것 정도가 캐릭터 자체에 로그인이 안 되는 것보다야 훨씬 나으니까요. 그리고 우선순위가 낮은 것으로 표시된 데이터를 제한해보기도 했습니다. "덜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더 중요한" 작업과 같은 속도로 전송해서는 안 됩니다. 메시지 내용의 중요성과는 관계없이 수많은 메시지가 한꺼번에 전송되는 것을 확인하고, 코드를 최적화하여 덜 중요한 정보만 일괄적으로 전송하고 빈도 또한 줄이도록 했습니다.

강화 효과와 약화 효과도 성능을 크게 저해하는 요소였습니다. 구역 전체에 걸쳐, 특히 군중전을 치를 때에는 항상 유닛에 강화 효과와 약화 효과가 적용됩니다. 이렇게만 보면 별일 아닌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모든 플레이어 주변에 인구 밀도가 높을 때는 이 정보를 주변에도 전달해야 합니다. 우선순위가 낮은 데이터를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화와 약화 효과도 일괄 처리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여러 개의 패킷을 전송하지 않도록 방지하기로 했습니다.

플레이어 인원수 관리

각 구역에서 더 많은 플레이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것 외에도, 서버 전체 인원을(오리지널 1.12 버전의 WoW 서버에서 감당할 수 있었던 것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함) 실리더스에 수용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실리더스로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진입을 허용할 대상과 한 번에 수용 가능한 플레이어 수를 통제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리더스 내에 들어올 수 있는 캐릭터는 60 레벨 이상으로 제한하고, 일단 만원이 된 뒤에는 자격에 부합하는 캐릭터라도 진입 허용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실리더스에서의 이벤트는 엔드게임 콘텐츠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제한 사항을 만든 것은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낮은 레벨 캐릭터는 불모의 땅에 20 레벨부터 30 레벨 플레이어를 위해 준비한 아누비사스 사냥과 같은 다른 지역의 전쟁 지원에는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두 번째 난제로 넘어갑니다. 서버를 다운시키지 않고 한 구역 내에서 감당할 수 있는 플레이어 수의 상한은 파악했는데, 그렇다면 이제 성능 대 플레이어 비율이 최선의 수준으로 유지되려면 그 숫자를 어느 정도까지 줄여야 하는지가 문제였습니다. 테스트를 거쳐 플레이어가 서로 스태킹 방식으로 접속하는 경우 약 1,500명이면 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벤트가 구역 전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넓게 분산되면 성능 문제는 최소한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벤트는 모든 지역에서 실시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여러 계층에 걸쳐 이벤트가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확실히 해두어야 했습니다. 즉, 한 계층에서 홀을 들고 징을 울린 플레이어는 그 서버에 연결된 다른 모든 계층에서도 이벤트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벤트 발동 조건이 플레이어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여러 계층에서 홀을 확보한 플레이어를 볼 수 있도록 하여 같은 서버상의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해당 플레이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보통은 서로 전달할 필요가 없는 이런 정보를 여러 서버끼리 주고받아야 하는 부분 때문에 다소 흥미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 계층에 걸쳐, 어쩌면 수천 명의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업데이트를 취합해 서버를 통해 보내 데이터 미러링을 보장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가시덤불 골짜기 낚시왕 선발대회를 도입하면서 개발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오닉시아와 네파리안, 줄구룹 및 분쇄 등의 전역 강화 효과에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기술이 원래 의도한 대로 효과를 거둔다는 점을 확인한 뒤, 안퀴라즈 전쟁 이벤트를 앞두고 다른 기술 기능과 함께 테스트할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실리더스의 호드 플레이어

다양한 해결책 실험

이렇게 중대한 기술적 장애물을 해결하고 서버 성능을 최적화할 몇 가지 방책을 구현했으니 이제 지금까지 작업해온 모든 것을 테스트해볼 때가 됐습니다. 테스트를 위해 총 10시간이 걸릴 전쟁을 축소해 정확히 한 시간만 실행되는 단축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1차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거의 모든 플레이어를 한 지역에 들어가도록 허용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어느 시점에는 전 1.12 버전 시절 서버 용량의 거의 150%에 달하는 인원이 구역에 진입했습니다. 이때 테스트 서버가 다운되었고요. 구역의 수용인원 상한을 아주 높게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시험해보니 그 숫자를 훨씬 웃도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를 조사해본 결과, 플레이어가 주어진 구역에 들어오고 그 구역을 나가는 두 가지 작업을 모두 허용하는 코드가 한 번에 여러 플레이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밖으로 퇴출당하지도 않았고, 비행경로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이상할 정도로 오랫동안 길이 막혀 있던 플레이어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서버를 복구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계속하면서, 여기저기 조정하면서 진행하는 방식을 이어갔습니다. 숫자를 천천히 줄여가면서 아직 어느 정도 지연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플레이는 가능한 수준인 시점을 찾았고, 그러면서도 다른 어느 구역에서도 전례가 없이 많은 수용인원을 달성했습니다. 원래 한 시간 반 만에 끝내기로 한 이벤트는 결국 서버가 자꾸 다운되는 바람에 최장 4시간이 걸려 끝이 났습니다.

2차 스트레스 테스트는 일주일 뒤에 치렀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최적화가 잘 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자마자 곧바로 개선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실리더스로 향하는 비행경로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발이 묶인 플레이어가 없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실리더스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플레이어 수가 몇 명인지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두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지연을 방지하면서 서버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균형을 보장한다고 생각되는 수치를 확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이 테스트 덕분에 최적화를 위한 노력이 통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구역의 수용 인원 상한을 파악하고 이를 반복 재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테스트는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제로스 전역에 걸쳐 적용된 서버 최적화

원래 저희가 계획한 대로라면 최적화는 모래의 전쟁 중에 실리더스에만 적용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전역적으로 시행해도 안전하겠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13.5 패치로 전 지역에 적용해보았습니다. 전쟁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플레이어가 보급 물자를 가져오고 벌레 사체를 대량으로 거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실리더스뿐만 아니라 수도와 외부 지역에서도 플레이어 수가 대폭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최적화가 적용된 덕분에 이러한 게임 경험이 좀 더 성능에 맞게 기능하였으며, 아제로스 전역에서 대규모 플레이어 간 전투(PvP)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플레이어들은 군락에서 상대편 진영을 싹 쓸어버리기 위해 야외 우두머리 썬더란을 소환시키도 했습니다.

아직 문을 여는 본격적인 이벤트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쟁 지원이 진행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일부 서버에서 희한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몇몇 서버의 경우 전쟁 지원이 완료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 보급품을 공급할 때마다 로직에 종족 조건이 부과되어 5일간의 타이머가 시작하지 못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워낙 미미했기 때문에, 해당 서버는 수동으로 수정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추후 다른 서버에서 전쟁 지원을 완료할 때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방법도 확보했죠.

전쟁 지원이 완료되고 5일의 시간이 지나 문을 열 때가 되어 세계 최초로 문을 연 중국 서버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징이 활성화될 서버는 Ouro였습니다. 계층 인원수를 모니터링한 결과, 각 계층에서 플레이어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실리더스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수천 명의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최대 수용 인원을 초과한 계층 여러 개에 걸쳐 이벤트를 발동한다는 것은 저희로서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도전이었습니다. 지연이 발생한 것은 확실하지만, 중국 서버 첫 이벤트 중에는 서버가 한 번도 다운되지 않고 무사히 이벤트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징을 울려라!

지난 8월 5일, 북미 지역의 여러 서버에서 서버가 초기화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징을 울릴 준비가 다 될 징후가 보였습니다. 저희는 게임 마스터 계정을 통해 이러한 몇몇 서버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였으며, 관찰 도구를 통해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를 모니터링하여 해결하고자 단단히 대비했습니다. 각 서버가 열리고, 이벤트는 무사히 시작되었습니다. 홀을 확보한 플레이어는 권위가 빛나는 검은 퀴라지 전차 탈것을 손에 넣었고, 더 큰 수확을 거두고자 플레이어끼리 다툼이 벌어졌으며 저희는 서버 안정성에 만족했습니다. 초기화를 마친 서버들 중에서 5일간의 대기 시간을 마칠 첫 번째 서버를 기다리던 중, 중대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서버가 다시 시작한 뒤 이벤트가 지속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서버가 다운되거나 다시 시작하면 이벤트 진행률이 모조리 손실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WoW 클래식을 개발하던 당시부터 있었지만, 서버 초기화 후에도 지속되는 이벤트가 많지 않았던터라 익숙치 않은 문제였습니다. 저희 팀은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해결 방안을 배포하고 플레이어의 게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전쟁 지원 상태를 전부 저희 데이터베이스에 온전히 기록할 때까지 더 이상은 서버 다시 시작이 수행되지 않도록 확실히 해두어야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서버가 다운되도록 두어야 원래의 안퀴라즈 전쟁처럼 대혼란이 벌어지고, 그래야 기억에 남는 게임 이벤트가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각 서버에서 모두 동시에 약 1,500명의 플레이어가 실리더스에 모여 같은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여 그만큼 열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저희는 플레이어 여러분이 10시간에 걸친 이벤트를 중단 없이, 최대한의 수용 인원이 함께 모인 가운데 게임을 즐긴 순간으로 클래식 안퀴라즈 전쟁을 기억해주시기를 바랐습니다. 결과적으로 몇몇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지만, 재빨리 온라인 연결을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운된 서버는 몇 분 안에 온전히 복구되어 다시 접속되었고, 이후에는 다시 다운되지 않았습니다.

총 4,000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스카라베 군주에 등극했고, 각 서버에서 전쟁 지원을 계속하면서 스카라베 군주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안퀴라즈 전쟁의 개전 이래 WoW 클래식 유저 여러분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나게 즐겨주셨는지, 보는 저희도 정말 기뻤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흐르는 모래의 전쟁 2차전을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