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코볼트와 지하 미궁 - 교활한 마린 이야기 1부

Daxxarri

"오늘 밤에는 엄청난 위험이 기다리는 긴장감 넘치는 모험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영웅과 악당, 위험한 함정과 소름끼치는 괴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보물도 빠질 수 없지요!"

InBlog_HS_Bard_EK_250x320.png음유시인의 목소리가 왁자지껄한 선술집의 소음을 뚫고 은은하게 퍼져 나갔습니다. 카드를 돌리던 이들은 패를 내려놓고, 식사하던 이들은 포크를 내려놓고 모두가 벽난로 앞에 자리 잡은 한 사내에게 눈을 돌렸지요. 언제나 끊이지 않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와 악의 없는 농담이 그치고 불가능할 것 같던 침묵이 선술집에 내려앉았습니다. 벽난로의 장작이 타면서 나는 탁탁거리는 소리와 아련하게 들리는 음유시인의 몽환적인 연주만이 고요한 선술집에 흘렀습니다.

"노련한 모험가들이 전설의 무기인 비통의 가로날도끼를 찾기 위해 지하 미궁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영웅들은 코볼트가 부지런히 바위를 깨며 수 킬로미터나 뚫어 놓은 갱도를 한 걸음씩 짚어나갔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함정과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무자비한 괴물들을 이겨냈지만,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들은 실패했습니다! 결국, 모험가들은 일을 대신할 사람을 고용했습니다."

InBlog_HS_MarinTheFox_EK_250x320.png청중들 사이에서 짓궂은 킥킥거림이 들려왔지만, 음유시인은 바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소란을 잠재웠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들이 고용한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모험가 중의 모험가, 기름을 뒤집어쓴 멀록보다도 두 배는 미끈미끈한 사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없는 도적이자 바람처럼 떠도는 보물 사냥꾼이며 희대의 영웅! 이제 아시겠지요? 바로 교활한 마린입니다. 모른다고요? 괜찮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알게 되실 테니까요!"

마린의 이름이 음유시인의 입에서 나오자 군중들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마린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했거든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지하 미궁 깊고 깊은 곳... 그 곳에서 우리의 영웅을 만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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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은 종유석이 늘어선 거대한 공간에 발을 들였습니다. 커다란 균열이 길을 막고 있었죠. 깊고 깊은 균열 저 아래쪽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습니다. 동굴 여기저기에 군집을 이루며 자라난 파란 수정이 흐릿한 빛을 던지고 있었고요. 임시로 막아둔 동굴 벽 구멍에서는 용암이 천천히 새어 나오며 동굴에 불그레한 빛을 더했고, 톡 쏘는 유황 냄새가 싱그러운 물 냄새에 섞여 코를 간지럽혔습니다. 마린은 용암을 막아둔 판이 얼마나 버틸지 고민하면서 균열을 건널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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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앞에 놓여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다리라는 건 다 낡은 밧줄에 부스러질 것 같은 나무판자를 얹어 놓은 것으로, 난간도 없이 아찔한 균열 위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그다지 믿음직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른 갱도로 돌아가려면 몇 시간이나 걸릴 뿐 아니라 유독한 가스도 뚫고 지나가야 한다는 걸 마린은 알고 있었습니다. 대충 막아둔 용암 구멍을 보면 지금의 길도 오래 버틸 것 같지 않았습니다. 지하 미궁은 그렇게 돌아올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마린은 여러 번 돌아왔지요.

InBlog_HS_MasterOakheart_EK_250x320.png언제나 보물을 찾기 위해 '미궁 탐험'에 뛰어들었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마린의 오랜 친구가 전설적인 무기인 비통의 가로날도끼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죠. 며칠 전 만났던 오크하트와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길드에 그 도끼가 필요하네만 지금까지 그 망할 도끼를 발견하지 못했네. 그래, 몇 주 동안이나 컴컴한 지하 미궁을 뒤지고 뒤졌지만,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코볼트 말고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 모두가 알다시피 이런 일에는 자네가 최고 아닌가, 마린. 우린 자네 도움이 필요해. 어떤가?"

"교활한 마린 가라사대... '얼마나 줄 거야?'"

결국, 의뢰비는 한 푼도 못 받았지만, 오크하트 말에 따르면 비통의 가로날도끼가 있는 곳에 마린이 그동안 쫓던 보물도 함께 있다고 했습니다. InBlog_HS_Woecleaver_EK_250x257.png커다란 상자에 특별한 보물이 가득하다고요... 마린은 동의했고 결국 이렇게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흔들거리는 줄다리 위에 몸을 싣게 된 것이었습니다.

계속 나아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었습니다. 밧줄은 곧 끊어질 듯한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고 마린이 조심조심 발을 내디딜 때마다 다리는 마린의 몸을 술 취한 사람처럼 흔들어 댔습니다. 부스러질듯한 발판 틈새로 아귀같이 입을 벌린 균열이 보였고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마린의 옷을 휘감아 올렸습니다.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마린은 다리가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지 않으려고 온 힘을 기울여야 했지요.

한 걸음 한 걸음 가슴을 졸이며 다리를 반쯤 건넜을 때 반대편 갱도에서 한 무리의 코볼트가 튀어나왔습니다. 매복이었지요! 그렇게 효과적인 매복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코볼트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마린은 혼자였던 데다가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줄다리 한가운데에 있었죠. 그리고 코볼트 무리는 언제라도 다리를 끊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이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코볼트 몇 마리 정도야 누워서 떡 먹기였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했죠.

코볼트 무리 중앙에는 다른 놈들보다 머리 하나쯤 커다란 놈이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보통 코볼트가 양초를 끼운 머리띠를 하는 반면, 이놈은 등불이 달린 왕관을 쓰고 있었죠. 다른 녀석들보다 살집이 실팍한 것을 보니, 그래도 왕이라고 다른 놈들보다 먹기는 잘 먹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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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쓴 녀석이 무리에 뭔가 이야기하고 한 놈의 등을 쿡 찌르자, 빼빼 마른 놈이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놈은 쭈뼛쭈뼛 흔들리는 다리 위로 몇 걸음 옮기더니 발을 멈췄습니다. 무게가 더해지면서 안 그래도 위태하던 밧줄이 당장 끊어질 것 같은 소리를 질러대자 마린은 이를 악물었습니다.

놈은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말했습니다. "너...모...모험가..."

완전히 무장한, 그것도 자기보다 훨씬 덩치 큰 영웅 앞에서 코볼트는 할 말을 잊어버렸습니다. 할 말을 까먹은 녀석은 갑자기 고풍스러운 대사를 뱉어냈습니다. "너...양초 못 가져간다!" 그러더니 올 때와는 달리 잽싸게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덩치 큰 코볼트가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문지르더니 소리쳤습니다. "나는 미궁왕 토그왜글이다! 이 통로는 내 것이다! 너는 보물 내놓는다. 당장!" 놈의 목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이상하게 울렸습니다.

마린은 한쪽 눈을 찡긋 올리며 대답했습니다. "고귀하신 코볼트 나리, 나리 계획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보다시피 제게는 보물이 없거든요. 제가 가서 보물을 찾은 다음 돌아와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요?"

몇몇 코볼트가 똑똑한 제안이라고 생각한 듯 고개를 끄덕이자 촛불이 까딱거리며 흔들렸다. 하지만, 놈들의 왕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토그왜글의 눈이 악의로 번뜩였다. "너 보물 내놓다 안 하면 코볼트가 가져간다 한다!" 놈을 주먹을 들어 올리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골렘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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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들이 숨을 삼키면서 음유시인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선술집 의자가 죄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음유시인의 이야기는 마치 현장에 있는 듯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자 마침내 누군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다음에 어떻게 됐는데?"

음유시인이 빙그레 웃더니 대답했습니다. "말을 계속했더니 목이 마르는군요. 잠시 쉬었다가 계속하지요. 그리고 이건 여기 두겠습니다." 음유시인은 커다란 가마솥을 끽끽거리며 끌고 선술집을 가로질렀습니다. 검은색 강철 가마솥 위에는 갈겨쓴 듯한 하얀 글씨가 쓰여 있었습니다. '이야기 값은 여기에'

다음 회를 기대해 주세요!